[책리뷰]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라문숙
[서평]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라문숙
제목부터 나의 흥미를 마구 자극했던 책이다.
왼쪽 작은 글씨로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어쩌면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책으로부터 위안을 받기도 하고, 함께 성장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작가의 솔직한 에세이가 담겨있다. 읽으며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공감하기도 하고, 혹은 내 안에서 피하고 싶었던 내 모습을 마주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도서관을 가려면 버스를 타고 30분은 가야 했던, 시골에서의 유년시절.
나는 30분 거리의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을 빌리거나 구석에 앉아 보곤 했다
첫 표지를 넘기고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어린 나의 모습이 생각나서, 아련하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왜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
그림책 '수영장 가는 날'에서 주인공은 수영이 무섭고 두려워서 수영장 가는 날마다 배가 아팠다. 아마도 수영장에 가기 싫어서 몸이 반응한 것이다. 어느 날 선생님의 손을 잡고 수영을 하게 된다. 실패의 두려움 대신 작은 용기를 내는 순간 울타리 바깥으로 나왔음을 알게 된다. 피하고 싶은 것, 겁나는 것, 안 되는 것들을 인정하고 나면 삶이 그만큼 편해지고 너그러워진다.
"경계를 넘어서는 보다 쉬운 방법은 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걸 아는 것, 그래서 시도해 보는 것이다."
"삶의 어느 부분은 좀 모자란 듯 놔두어도 괜찮다"
정말 큰 위로가 된 구절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라서,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 모른다. 가족을 비롯한 타인의 기대에 부흥하고, 나 자신조차 지키기 벅찬 높은 목표를 가져다 놓고서는 스스로에게 너무 무례했고, 자책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위의 구절에서 위로를 받았다면,
이번에는 사실에 입각해 내가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팩트 폭력'이라고 해두자.
나 스스로를 보는 것 같았다.
누군가 나의 이런 주저와 변덕에 관해
묻거나 설명을 요구하면 나는 그만 얼음처럼 굳어버리고 만다
소심하고 숨기 좋아하지만 잊히기를 원하는 건 아니고,
도드라지는 건 부담스러우나
남들과 똑같아지는 것 역시 피하고 싶은,
첫 번째가 될 능력은 없지만 두 번째는 싫은 사람.
누군가 비웃을까 봐
느끼는 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때의 레이 먼 과 다를 게 없다.
느끼는 대로 그리는 레이먼처럼 말하고 쓸 수 있을까?
저자는 그림책의 꽃말을 '괜찮아요'라고 묘사한다.
그리고 그림책은 읽을 때마다 다르게 해석된다고 했다.
아무래도 살아온 삶의 여정이 반영되었기 때문이겠지?
그림책의 여백을 내 이야기로 채워나가는 과정은 신선하다.
성장하고 있는 지금, 내가 읽는 그림책은 어떤 나의 이야기로 채워져 나갈지,
도서관에 가서 어렸을 적 으래 그랬던 것처럼,
그림이 예쁘고 내 마음을 사로잡은 제목의 그림책을 꺼내봐야겠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